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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로봇 시대' 요리사가 음식하는 식당의 의미

1990년대에 태국을 처음 여행할 때였습니다. 방콕의 관광지를 도는 중에 서민이 사는 동네를 스치듯 지나갈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달동네 ‘하꼬방’보다 작은 집들이 바닷가 바위에 붙은 따개비처럼 닥지닥지 붙어 있었습니다. 저희를 안내하는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이 동네 집들이 참 작지요? 여기 집에는 대부분 부엌이 없어요.”순간 제 머릿속에서는 이런 말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부엌이 없는 집이라니요? 집이란 식구가 사는 공간이고, 식구란 함께 밥을 해서 먹는 사람들입니다.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부엌일 것인데, 집에 부엌이 없다니요, 그게 말이 되냐고요? 잘못 아신 것 아니에요?’저희를 안내하시는 분은 제 표정만으로 제 머릿속의 말을 읽어내고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부엌이 없다니, 말이 안 되지요. 그런데 여기는 그래요. 밖에서 사서 먹는 게 더 싸고 편하니까 집에서 밥을 해서 먹지 않습니다. 여기 이 동네 분들은 삼시 세끼를 사서 먹습니다.”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안내하시는 분께 이렇게 여쭈었습니다.“태국에서는 부자도 끼니를 사서 먹나요? 태국 부잣집에도 부엌이 없나요?”“저도 태국의 사정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부자가 사는 집에 가본 적이 있기는 한데, 부엌이 아주 큽니다. 부자가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고, 가정부 같은 분이 계셔서 그분들이 요리를 합니다.”199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가난한 집은 집에서 밥을 해서 먹고 부유한 집은 가족 외식을 한다는 인식이 존재했었고, 그게 뒤집혀 있는 태국이 그때에는 신비로웠습니다. 태국만이 아니라 홍콩,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의 가난한 도시 노동자 가정집 사정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끔 술자리에서 혹시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예측하는 말을 나누곤 했습니다.“에이, 삼시 세끼 어떻게 바깥 음식을 먹니. 하루에 한 끼라도 집에서 한 밥을 먹어야지.”그때에는 다들 반응이 이랬는데, 요즘의 사정은 어떤가요. 특히 대한민국의 가구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1인 가구 여러분의 사정이 궁금합니다. 여전히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해서 끼니를 이어가고 계시는지요. 아니면 매끼 식당 음식, 편의점 음식, 인터넷 쇼핑몰 음식으로 때우고 계시는지요.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지키는 원칙 같은 것이 있습니다.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데에 투입되는 에너지에 비교하여 여러 면에서 효율이 높은 먹을거리를 선택합니다. 인간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집에서 해서 먹는 음식보다 밖에서 사서 먹는 것이 여러 면에서 효율적이면 밖에서 사서 먹는 음식이 일상의 음식으로 안착하게 됩니다. 부자는 비효율적인 삶으로 자신의 부를 과시해야 하니까 여러 매체를 통해 집밥 먹는 모습을 자주 보여줄 가능성이 높습니다.‘로봇 이모’가 서빙하는 식당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 역시 효율성을 따져 선택한 것입니다. ‘로봇 이모’는 4대 보험과 최저 시급 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심야와 휴일에도 군말 없이 일을 합니다. 식당 운영비용이 덜 들어가니까 손님에게 보다 싸게 음식을 제공할 수가 있습니다.부엌에서는 ‘로봇 찬모’가 음식을 합니다. 본사에서 보내준 음식 재료를 팬에 넣기만 하면 ‘로봇 찬모’가 기계손으로 척척척 조리를 합니다. 김에 밥을 깔아주고 완성된 김밥을 잘라주는 ‘로봇 찬모’도 있습니다. 밥 먹고 나면 ‘로봇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를 마십니다.외식 로봇이 진출하는 곳은 서민 식당입니다. 파인 다이닝에서는 ‘로봇 이모’나 ‘로봇 찬모’를 안 씁니다. 효율성을 따져야 하는 서민 음식에나 로봇이 필요하지 비효율적인 삶을 과시해야 하는 부자 음식에는 로봇이 끼어들지 못합니다.식당의 로봇들은 식품산업계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식품공장의 자동화 설비가 식당용으로 개량된 것일 뿐입니다. 식당이 효율성을 쫓아서 식품공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지요.한 30년 지난 즈음에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어제 내가 어디 간 줄 알아? 요리사가 음식을 하는 식당에 갔단 말야.”“우와, 요즘 너 돈 좀 벌었구나.” 2024.05.09 07:00
생활문화

자라섬에 뜬 7살 '깜찍' 요리사 "엄마, 아빠 나만 믿어요"[2024 캠핑요리축제]

'캠핑의 성지' 자라섬에 공주님을 닮은 7살 요리사가 떴다. 조리에 한창인 엄마, 아빠를 위해 요리사 모자까지 쓰고 재료 준비를 책임져 참가자들의 응원을 한몸에 받았다.27일 경기 가평군 자라섬 오토 캠핑장에서 열린 '2024 캠핑요리축제: 딜리셔스 캠핑'에서는 어른 못지않은 열정의 꼬마 요리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경기도 평택에서 온 박준호·김한울(33) 씨 부부와 사랑스러운 딸 박서우(7) 양은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몰린 '우리가족 최애 요리'에 '행복은 가지가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밥과 튀긴 가지 위에 소스를 부은 뒤 다진 부추를 올려 완성하는 음식이다.박서우 양은 단순히 참가자 명단에 이름만 올린 것이 아니라 실제 요리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요리사 모자에 앞치마까지 하고 위생 장갑을 낀 상태에서 열심히 당근을 채썰기 했다.박서우 양은 취미가 캠핑인 아빠 덕분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다 캠핑요리에도 푹 빠졌다. 작년에는 아빠와 함께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김한울 씨는 "앞선 대회는 엄마는 참가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대회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청했다"고 말했다.김 씨는 또 "평소에도 아이용 칼 등을 이용해서 함께 요리를 한다"며 "피자를 만드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작지만 야무진 손으로 재료를 손질하는 박서우 양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수줍게 "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요리를 계속할 것이냐고 묻자 사랑스러운 미소로 화답했다.자라섬(가평)=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4.27 16:16
생활문화

[포토] 재료 손질하는 어린이 요리사

'2024 캠핑요리축제: 딜리셔스 캠핑'이 27일 오후 경기 가평군 자라섬 오토캠핑장에서 열렸다. 한 어린이 참가자가 요리 경연에서 재료 손질을 하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캠핑요리축제는 봄의 기운을 만끽하며 가족·연인·친구와 음식으로 정을 나누는 자리다. 올해 행사는 4월 27일과 28일 이틀간 열린다. 자라섬(가평)=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4.04.27/ 2024.04.27 16:12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개념부터 잡고 다시 합시다

“자자, 이러지 말고, 개념부터 다시 잡아봅시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지금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개념을 분명히 하고 토론을 하자고요.”토론을 하는데 서로 결이 맞지 않는 말이 떠돌면 토론 대상에 대한 개념이 서로 달라 그럴 수가 있다고 의심을 해야 합니다. 이때의 처방은 개념부터 확인하는 것입니다. 가령, 자유에 대한 토론이라고 한다면, 토론자들에게 “자유란 무엇이지요?” 하고 질문을 하여 각자가 신념화하고 있는 자유에 대한 개념부터 확인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자유라는 한 단어를 토론자들이 각각 다른 개념으로 쓰고 있다면 토론을 벌인다기보다는 웅변 대회를 열고 있다고 하는 게 적절할 것입니다.토론이 가장 활발한 영역이 정치판이기는 합니다만, 일상에서도 우리는 수시로 토론을 합니다. 책 읽고 토론하고, 영화 보고 토론하고, 음악 듣고 토론하고, 심지어 화장실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토론을 합니다. 일상의 토론은 각자의 취향이 보태어져 있는 토론이고 또 토론의 결과 자체가, 정치 토론과는 달리, 공공의 성격을 띄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볍게 각자의 의견을 내고 확인하는 것으로 끝을 냅니다. 음식 토론도 취향 토론이라서, 그러니까 각자의 입맛을 존중하는 선에서 끝을 내어야 하는 토론이라서, 상대의 의견에 정색을 하며 논박을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맛칼럼니스트입니다. 음식 전문 글쟁이입니다.음식에 대한 저의 품평은 취향 품평이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취향 품평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리 여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쇠고기 마블링 등급제’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1.5kg 육계로 튀기는 치킨’처럼 음식에 대해 정색을 하며 논쟁을 벌여야 합니다. 이건 저의 직업적 의무입니다.“요리에 대한 개념부터 잡자.” 1992년 음식 전문 글쟁이가 되겠다는 뜻을 굳히면서 제일 먼저 한 생각입니다. 요리사들을 만나면 이 질문부터 하였습니다. “요리란 무엇인가요?” 실로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은 요리 개념은 이제는 저 세상에 있는 임지호의 것입니다. “요리란 자연을 전달하는 행위이다.” 임지호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이 둘을 소통하게 하려고 노력한 요리사입니다.요리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레시피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보편적 원리를 찾아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 문장이 제 머리에서 만들어졌습니다.“요리란 식재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행위이다.”식재료를 다듬어서 자르고 누르고 깨뜨리고, 다지고 묵히고, 삶고 데치고, 굽고 볶고 지지고 양념하는 등등 일체의 행위에서 제가 발견한 보편적 관념, 즉 요리에 대한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어디까지나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요리 개념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대로 요리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사상의 자유가 있습니다. “요리란 식재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행위이다”는 개념을 적용하여 요리를 품평하려면 식재료를 잘 알아야 합니다. 식재료를 알려면 식재료 산지에 가야 합니다. 농수축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전국을 두루 돌면서 취재하였습니다.저에게도 취향이 있습니다. 어릴 때에 먹었던 음식에 대한 강력한 취향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맛칼럼니스트로서 말을 할 때에 제 취향은 제 머리에서 의도적으로 지웁니다. 식재료의 선택과 그에 맞는 조리법을 적절하게 이용했는지만 봅니다. 제 취향에 안 맞아도 맛있다고 평가를 하고, 제 취향에 맞아도 맛없다고 평가를 합니다.선거는 정치 토론이 크게 열리는 장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정치인은 그 주권을 자신에게 위임해달라고 정치 토론을 벌입니다. ‘서로 좋은 게 좋은 것’인 취향 토론과 다릅니다. 적어도 민주공화국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개념조차 없는 정치인은 토론을 통해 걸러져야 합니다. 동서로 확연하게 갈라진 총선 결과를 보며 아직도 정치판이 취향 토론의 장인가 싶어 입맛이 씁니다. 2024.04.25 06:59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한복을 입고 요리를 하는 일에 대해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한때 정부에서 한식 요리사를 외국 공관에 파견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 주재 우리 공관에서 그 나라의 주요 인사를 초대하여 한국 음식을 접대하면 한국 음식 문화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외국에 나가는 한식 요리사는 따로 교육을 받았는데, 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 음식에 담겨 있는 한반도의 자연과 한국인의 마음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강의 마지막에 제가 당부를 한 것이 있습니다. 옷에 대한 것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그때에 제가 한 말을 되도록 그대로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식 홍보 행사를 보면, 요리사는, 특히 여성 요리사는, 대체로 한복을 입습니다. 한식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한복을 입는 게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한식 요리사가 한복을 입는 게 과연 한식 홍보에 도움을 주는 일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외국의 예를 봅시다. 이탈리아 전통 요리사가 이탈리아 전통 의상을 입고 요리를 하는 행사를 본 적이 있습니까? 프랑스는 어떤가요? 각국의 전통 요리를 하는 전문 요리사라고 하더라도 특별나게 각국의 전통 의상을 고집해서 입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요리복이라는 세계 공통의 작업복을 입습니다.요리는 누구든 합니다. 그렇다고 누구든 요리사인 것은 아닙니다. 요리사는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숙련 노동자입니다. 요리사는 요리복이라는 전문 직업인의 옷을 입습니다. 요리는 누구든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인의 요리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그 요리복을 입음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주장을 합니다. 여러분이 입는 요리복은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마음에 담고 또 외부에 드러내는 상징물입니다.조선 시대에도 요리복이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전문 요리사를 숙수라고 했습니다. 1605년 선조가 적극적으로 후원을 한 경로 잔치가 서울 삼청동에서 열렸는데, 그 잔치의 이모저모를 '선묘조제재경수연도'라는 이름의 그림으로 남겨놓았습니다. 그 그림에 등장하는 숙수는 고깔모자를 쓰고 몸통 길이가 짧은 저고리를 입고 있습니다.한식 요리복은 조선의 숙수가 입었던 옷을 개량하면 더없이 좋을 것이나 그런 요리복은 아직 안 보입니다. 그리고 요리복은 세계 공통의 디자인 콘셉트가 있어서 이를 따르는 것이 무난합니다.한식을 접대하는 자리에 한복을 입는 것이 좋지 않으냐 하는 의견도 일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한식이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으로 보이게 하는 데에 한복이 일정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반면에, 한복을 입은 요리사 때문에 한식을 한 지역의 작은 집단이 먹는 다소 별스런 ‘민족 음식’으로 인식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이럴 때에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의 요리사가 자기네 나라의 음식을 알리겠다며 한국에 와서 요리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요리사가 어느 국가에서 왔느냐에 따라 그 국가의 전통 의상을 입는 것이 어울리기도 하고 세계 공통의 요리복을 입는 것이 어울리기도 하겠다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그 느낌의 차이는 해당 국가의 문화적 위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저는 추측을 합니다. 세계 문화의 중심에 있다고 자부하는 나라는 자국의 문화가 인류의 보편적 취향을 담고 있음을 강조하고, 주변부 국가는 특수한 전통적 요소에 방점을 찍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저는 그리 봅니다.저는 한국 음식이 인류의 보편적 취향을 담고 있는 문화 자산임을 세계인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식 요리사 여러분이 한복을 입기보다는 요리복을 입고 세계인 앞에서 요리를 함으로써 한식이 세계 음식 문화의 중심이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물론 이 생각도 저의 작은 일리일 뿐입니다. 판단은 요리사 여러분이 하실 일입니다.세월이 제법 흐른 후에 제 강의를 들었던 한 요리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외국 공관에 나갔는데, 한식 행사에 한복을 입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문화의 중심 국가로 자리를 잡게 되면 이같은 고민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2024.04.11 10:05
생활문화

[다시, 홍콩②] "곧 사라져요" 인스타 핫플 초이홍, 밤에 꽃 피는 침사추이

'네온사인의 도시' 홍콩이 엔데믹(풍토병화)을 거치며 새로운 매력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비행기가 날개를 접었던 코로나19 이전의 54% 수준으로 여행 수요를 회복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서너 시간이면 닿는 홍콩에 다시금 여행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3박 4일간 중국인 듯 영국 아닌 홍콩을 짧으면서도 알차게 즐기는 방법을 살펴봤다. 홍콩 여행 이튿날인 지난 4일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장소들을 공략했다. 곳곳에서 빨래가 펄럭이는 아파트와 익숙하지만 조금은 다른 시끌벅적한 시장, 밤에 사람이 더 몰리는 최대 번화가가 '홍콩에 왔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준다.오전 9시 30분 숙소를 나와 완차이 시장까지 20분가량 산책 겸 한가롭게 걸었다. 홍콩은 한국보다는 여유로운 도시로 보인다. 문을 닫은 편의점도 있고 오픈 준비를 이제 막 시작한 식당들이 있었다.그런데 시장에 도착하니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양념에 재운 돼지고기인 차슈와 백숙을 매달고 장사 중인 식당 앞은 벌써부터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차슈와 계란 등을 얹은 덮밥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과일가게 앞에서는 점원이 큰 소리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망고가 다섯 개에 30홍콩달러(약 5100원)로 한국보다 과일이 저렴하다.홍콩의 식자재 상점에는 냉장고가 없다. 공급이 부족해 해산물, 육류, 과일 등을 모두 해외에서 수입해 하루 만에 모두 파는 구조이기 때문이다.정육점은 닭고기 등을 부위별로 잘라 판매 중이다. 뒤에는 각종 향신료와 옥수수, 파인애플 등 통조림을 진열했다. 우리에게 친근한 런천미트도 있다. 시장 밖에 일렬로 길게 늘어선 노점상에는 수건과 간편한 옷, 과자, 어린이 옷 등 다양한 물건들이 펼쳐져 있다. 장난감이나 피규어를 좋아하는 관광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토이샵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30분 정도 걸었을 뿐인데 면 소재의 셔츠가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길거리에는 간편한 레깅스 바지와 민소매 셔츠를 입은 여성 관광객이나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조금만 걸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홍콩은 1년 중 비가 오는 날이 절반에 가까워 습도가 높다. 아무렇지 않게 상의를 벗고 일하는 남성들이 간간이 보인다. 날이 더워지면 얇은 외투도 중요하지만 땀 흡수가 잘 되는 팔이 짧은 셔츠를 여러 벌 준비해야 한다. 속이 허해 건물 1층 좁고 오래된 개방형 국숫집에 들어갔다. 영어로 가장 많이 찾는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나이 지긋한 이모님이 한국말로 "이거"라고 말하며 새우완탕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한국 드라마가 워낙 유행이라 홍콩이 해외라도 우리나라 말로 욕을 하면 거의 다 알아듣는다고 하니 화가 나도 속으로 삭히는 것이 좋다.35홍콩달러(약 6000원)짜리 국수의 국물은 중국집 우동을 연상케 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간은 홍콩 음식답게 조금 세다.완탕은 5개 정도가 들어가 있었는데 안의 새우가 탱글탱글하다. 특이한 것은 얇은 면인데, 천사채를 닮은 재미있는 식감을 자랑한다.국숫집인데도 차를 즐기는 홍콩답게 밀크티만 주문하는 손님이 적지 않았다. 자리가 부족하면 사장은 아무렇지 않게 합석을 권했고, 손님들도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시간을 보냈다.숙소로 돌아와 다시 샤워를 한 뒤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명품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한 대형 쇼핑몰인 '홍콩 퍼시픽 플레이스'로 이동했다.쇼핑이 아닌 이곳 1층에 자리한 '딤섬 라이브러리'에서 제대로 딤섬을 맛보기 위해서다. 홍콩 사람들은 점심으로 딤섬과 차를 간단하게 즐기는 얌차 문화를 선호한다.한 번은 꼭 맛봐야 할 딤섬은 쇼마이, 하가우, 바비큐 포크 번, 창펀, 로 마이 가이 등이다. 딤섬 라이브러리의 경우 요리사가 이미 간을 했기 때문에 소스를 찍어 먹을 필요가 없었다.신선한 식재료의 풍미가 고스란히 전해져 현지인들이 딤섬 맛집으로 꼽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더운 날씨에도 시원한 물 대신 따뜻한 우롱차를 옆에 뒀는데, 느끼한 입안을 한 번에 청소해 줬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전 홍콩 번화가 침사추이에 잠깐 멈춰 섰다. 여행을 다녀온 뒤 선물로 주기 제격이라는 '제니쿠키'를 사기 위해서다.가장 많이 팔린다는 네 가지 맛의 '4믹스' 작은 크기 한 통은 80홍콩달러(약 1만4000원)다. 뚜껑을 열기만 해도 순식간에 향이 퍼질 정도로 풍부하고 중독적인 맛에 끌린다.이곳에서 레시피를 습득한 전 직원이 근처에 이름이 비슷한 '지니쿠키'를 차린 만큼 신중하게 살펴보고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홍콩 서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해 '초이홍 아파트'로 향했다. 이곳은 이름처럼 무지개 색깔 외벽이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해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증샷 명소로 떠올랐다.이 아파트 한 층에 32가구가 거주 중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서민 아파트로, 크기는 3.5평에서 7평 정도로 좁다. 한 달 수입이 가족 구성원 통틀어 150만원을 넘으면 입주 신청서도 못 낸다.창밖에는 대부분 빨래가 널려있다. 예전에는 대나무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알루미늄 구조물을 설치해 활용하고 있다. 여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홍콩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공간이 협소해 밖에다 빨래를 둔다.초이홍 아파트 야외운동장에 올라가니 농구나 배드민턴을 하며 땀을 흘리는 시민들 사이에서 관광객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파스텔 톤의 아파트 외벽을 등지고 하늘색 벤치에 앉아 친구와 포즈를 취하거나 여러 명이 모여 몸짓을 맞춰 숏폼(짧은 동영상)을 찍었다.인스타그램에 검색만 해도 전 세계 관광객들이 올린 영상들이 쏟아지는데, 이제 막차가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올해부터 정부가 재개발에 착수해 지금의 모습이 사라질 예정이다. 이미 주 배경이 되는 아파트 양쪽에는 공사를 예고하듯 그물망이 설치돼 있었다. 이번에는 야시장인 템플 스트리트로 발걸음을 옮겼다.여기에서는 10홍콩달러짜리 물건도 일단은 5홍콩달러를 제시하는 등 흥정의 재미를 느껴봐야 한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명동을 떠올리게 하는데, 4개 블록으로 나눠져 있으며 길이는 약 3.5㎞다.애니메이션 용품을 포함해 장난감, 신발, 가방 등 다양한 물건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떡볶이처럼 현지 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카레 어묵 등 간식도 있다.근처를 지나치기만 했는데도 특이한 향이 코끝을 스치는 뱀탕이 인상적이다.뱀탕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영업을 해도 1년 장사를 무리 없이 마칠 수 있다. 추운 계절 이 뱀탕을 먹으면 난방을 틀지 않은 집에 돌아가도 한동안 열기가 유지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홍콩의 진짜 야경을 볼 수 있는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를 찾았다.해변가에 구룡반도와 홍콩 섬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 전경이 펼쳐졌다. 3개의 건물을 활용해 홍콩에서 가장 큰 파나소닉 광고판이 눈부신 푸른빛을 발산했다. 형형색색 유람선들이 건물의 불빛과 어우러져 매번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할리우드 '명예의 길'을 본떠 만든 스타의 거리의 길이는 457m다. 배우 이소룡과 매염방의 동상도 놓치지 말고 렌즈에 담자.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교통수단인 '스타페리'를 타고 침사추이에서 8분가량 걸려 센트럴 구간으로 넘어갔다. 야경이 끝난 줄 알았는데 마지막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강렬한 붉은빛을 감싼 60m 높이의 홍콩 대관람차가 홍콩 섬 고층 건물들과 함께 은하수를 이뤘다. 저녁 9시가 넘었는데도 관광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야경 명소는 홍콩의 밤을 더욱 깊고 아름답게 만들었다.홍콩=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4.09 07:00
연예일반

“지갑 도둑맞아”...공명X빠니보틀, 첫 만남부터 무슨 일? (‘지구마불2’)

배우 공명과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첫 만남 에피소드가 공개된다.오는 6일 방송되는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2’(이하 ‘지구마불2’) 5회에서는 출연진 곽튜브와 빠니보틀, 원지와 여행 파트너들의 본격적인 여행이 펼쳐진다. 원지와 요리사 김용명은 케냐로, 곽튜브와 박준형은 ‘발리우드’ 성지 인도로, 빠니보틀은 공명과 함께 에티오피아로 떠난다. 방송을 앞두고 4일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2’는 출연진들의 케미를 담은 이미지를 공개했다.특히 공명과 빠니보틀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에티오피아 길거리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한다. 빠니보틀이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당황한 빠니보틀 옆에서 더욱 당황한 공명은 “이거 진짜죠 지금?”이라며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어리둥절해한다. 이에 여행 경험이 많은 빠니보틀도 이례적으로 서울에 있는 김태호 PD에게 S.O.S를 치는 심상치 않은 전개로 흘러간다. 과연 시작부터 꼬인 이들의 여행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호기심이 증폭된다.이외에도 케냐의 기린 호텔에서 기린에게 먹이를 주는 원지-김용명, 인도 ‘발리우드’에서 단역 아르바이트 오디션을 준비하는 곽튜브-박준형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도 예고돼 있다.한편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2’은 오는 6일 오후 7시 50분 방송된다.이주인 인턴기자 juin27@edaily.co.kr 2024.04.04 15:34
연예일반

백종원X안보현, ‘백패커’ 시즌2서 다시 뭉친다 [공식]

‘백패커’ 백종원과 안보현이 시즌2로 다시 만난다.25일 tvN 측은 일간스포츠에 “‘백패커’ 시즌2를 기획 중에 있다. 현재 기획 초기 단계로 출연진, 편성 등 자세한 내용은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2022년 방영한 ‘백패커’는 오늘의 장소에 배낭 하나 짊어지고 들어가 주방을 장악한다는 컨셉으로, 극한의 출장 요리사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예능이다. 당시 백종원을 필두로 배우 안보현, 오대환, 가수 딘딘 등이 출연했다.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시즌2에는 백종원, 안보현이 출연을 확정했다.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에서 활약한 안보현은 연이어 예능에 출연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03.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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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자GO’ 김호중 요섹남 변신…이런 모습 처음이야

MBN 새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 ‘가보자GO’가 주말 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지난 23일 방송된 MBN 새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 ‘가보자GO’ 2화에서는 성우 정형석과 로봇다리 김세진이 스페셜 친구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선사했다.MC군단은 김용만과 허경환 그리고 김호중이 한 팀을, 안정환과 홍현희가 한 팀을 이루어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안정환과 홍현희는 거리에서 친구를 찾아 헤매던 중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던 성우 정형석을 만났다. MBN 대표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진정성 넘치는 목소리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성우 정형석을 만난 두 사람은 반가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집에 갈 수 있는지 묻고, 정형석의 허락하에 집으로 가게 됐다.두 사람은 정형석의 아내 역시 겨울왕국의 안나, 유미의 세포들, 라푼젤 등에 출연했던 유명한 성우이자 배우 姑박용식의 딸 박지윤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아내의 허락 없이 집에 방문했던 안정환과 홍현희는 식사 도중 갑작스럽게 등장한 박지윤에 놀라지만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함께 친구가 되기 위해 식사를 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정형석과 박지윤은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서로가 느끼고 있는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를 MC들과 나누며 진짜 친구가 되어갔다. 특히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겨울왕국 안나의 메인 테마송인 ‘사랑은 열린 문’ 등 듀엣곡을 완벽한 하모니로 완성하며 감탄을 자아냈다.김용만과 허경환, 그리고 김호중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팀은 어둑해진 저녁 공원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섰고, 자신들이 만날 친구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로봇다리 김세진이라는 사실에 벅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로봇다리 김세진은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자신을 입양해 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응원으로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되며 장애인 친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소년.어려움을 극복하고 멋진 청년으로 자란 김세진을 만난 MC군단은 김세진에게 뭐든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저녁 대접에 나섰다. 특히 김호중은 김세진과 세진의 친구를 위한 스페셜 요리사로 변신, 주방으로 들어가 고기를 굽고, 곁들일 반찬과 양념장을 만드는 등 요섹남의 면모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그뿐만 아니라 김호중은 자신의 팬이라는 김세진의 어머니와 깜짝 전화 연결로 노래를 선물하는등 특별한 감동과 팬서비스로 김세진의 기를 살려주기도 했다. 방송 말미에는 가수 비가 깜짝 등장하며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03.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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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군대서 조리병 됐다…역시 ‘BTS요리사’ 답네

그룹 방탄소년단 정국이 조리병(취사병)으로 복무 중이다. 19일 가요계에 따르면 정국은 신병교육대를 마친 뒤 자대에서 조리병으로 임무를 수행 중이다. 평소 팬들 사이에서 ‘BTS 요리사’로 불릴 만큼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정국이라, 이 같은 소식은 팬들을 기쁘게 했다. 정국은 지난해 12월 12일 지민과 함께 경기도 연천 육군 제5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제5보병사단에서 육군 현역으로서 복무를 이어가고 있다. 군입대 후 팬들과 소통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 정국이다. 그는 지난 16일 팬 플랫폼 위버스에 “저는 (군대에서) 잘 있다”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청소도 천장까지 아주 야무지게 잘하고 있다. 밥도 잘 짓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3.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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